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염미정/작중 행적 (문단 편집) == 12회 == 일요일 아침, 미정은 모자를 쓰고 먹을 것을 챙겨서 집 앞에서 구씨와 만나 함께 밭에 간다. 미정은 밭까지 걸어가는 길에 염소를 보고는 구씨에게 예전에 염소를 키웠었는데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이 이야기를 듣던 구씨는 키우던 염소를 먹었다는 것에 놀라서 "야, 굳이 바꿔 가면서까지 뭐 이렇게 잡아먹냐? 안 먹고 말지."라고 말한다. 미정은 염소가 너무 많이 먹어서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를 듣고 황당해하던 구씨는 "야, 이름 불러 가면서 키우던 게 목으로 넘어가냐?"라고 하고 미정은 "이름 없었어. 잡아먹을 건 원래 이름 지어 주지 않아."라고 담담하게 대답한다. 그런 미정의 말에 구씨는 갑자기 멈춰 서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는다. 그러다가 먼저 걸어가는 미정을 쫓아가면서 "야. 너, 씨. 나 빨리 이름 지어 줘, 어? 이름 지어 줘, 나 잡아먹지 못하게."라고 말하고, 미정은 웃음 머금은 청량한 목소리로 "구씨잖아."라고 한다. 구씨도 피식 웃는다. [[파일:나의 해방일지 12회-구씨잖아.jpg]] 밭에서 삽질하고 있는 창희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준다. 손에 커피를 들고 사무실에 올라가려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조태훈 과장을 만난다. 서로 인사를 하고 조태훈 과장은 언니에게서 자신과 기정이 사귄다는 얘기를 들었냐고 미정에게 물어보는데 미정은 들었다고 답한다. 일하고 있는데 지희가 해방클럽 회원이 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미정도 모르는 일인지 지희가 보여주는 컴퓨터 화면을 본다. 해방클럽 회원들이 다 커피를 가지고 탁자에 둘러 앉아서 소향기 팀장이 하는 말을 듣는다. 소향기 팀장은 저번에 참관한 뒤로 계속 오고 싶었다고 말한 후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지 이야기한다. 이를 다 듣고 박상민 부장은 환영한다고 한 뒤 해방클럽의 강령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소향기 팀장이 안다고 하며 말을 끊는다. "'조언하지 않는다.', '위로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데 박상민 부장은 그건 부칙이라고 말한 후 조태훈 과장에게 강령 설명을 부탁한다. 조태훈 부장은 "행복하자고 모인 모임이니까 저희 인생을 좀 정직하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차원에서 세 가지 강령을 정했습니다."라고 하면서 강령을 말한다. ||'''해방클럽 강령''' 1. 행복한 척하지 않겠다. 2. 불행한 척하지 않겠다. 3. 정직하게 보겠다.|| 이것을 듣고 소향기 팀장은 정직한 게 무섭다고 말하고, 조태훈 과장은 속으로 자신에게만 정직하면 된다고 말해준다. 무서워서 오늘 탈퇴할 뻔 했다는 소향기 팀장의 농담을 듣고 미정은 살짝 웃는다. 버스에서 구씨에게 카톡[* 9월 10일, 오후][* 바로 위에 보이는 카톡 내용이 '뭐 먹고 싶은데.', '술'이기 때문에 9월 2일 이후 8일간 카톡으로 구씨와 대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을 보내는데 밑으로 전에 보낸 메시지[* '치즈 살까, 육포 살까?'. 다음 메시지는 '그냥 둘 다 샀어요.']도 구씨가 아직 확인하지 않은 게 보인다. 미정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구씨에게 전화하는데 순간 창밖에 걸어가는 구씨를 보고 전화를 끊고 버스에서 내린다. 미정은 바닥만 보고 걸어가는 구씨의 앞을 가로막는다. 구씨는 고개를 들어 미정을 보더니 "와. 염미정이다-."라고 --만취한 상태로-- 말한다. 미정은 그러고 있는 구씨를 보다가 살며시 웃는다. 같이 걸어가면서 소향기 팀장에 대해 말한다. ||'''미정''': 그분은 진짜 그냥 해피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다들 힘들게 연기하며 사나 봐. '''구씨''': 연기 아닌 인생이 어디 있냐? '''미정''': 그쪽도 연기하나? '''구씨''': 무지 한다. 넌 안 하냐? '''미정''': 하지. 수더분한 척. 또 어떻게 생각하면 다들 연기하며 사니까 이 정도로 지구가 단정하게 흘러가는 거지. 내가 오늘 아무 연기도 안 한다고 하면 (구씨를 힐끔 보고) 어떤 인간 잡아먹을걸? 난 이상하게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걸 보면 주물러 터트려서 먹어 버리고 싶어. 한입에 꿀꺽. '''구씨''': 이제 아무 얘기나 막 하는구나.|| 구씨는 마지막 말을 하고 걸음을 재촉해 먼저 걸어가고, 미정은 따라간다.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최준호 팀장이 사내 디자인 공모전 1등은 디자인실에서 나와야지 않겠냐는 말을 하면서 --아무래도 고의적으로 미정은 쏙 빼고-- 김지희와 한수진의 이름을 부르며 신경쓰라고 한다. 탕비실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보람의 말[* "기분 나쁘게 꼭 사람 건너뛰고. 언니, 1등 먹고 정규직 가자. 올해 정규직 전환 안 되면 언니 무조건 나가야 되잖아. 디자인 공모전 1등을 설마 내보내겠어?언니, 오늘부터 어금니 꽉 깨물고 밤새워요. 내년엔 내가 1등 먹고."]을 듣는다. 집 거실에 앉아 제사상에 올릴 과일들을 닦는다. 그러던 중 창희에게 전화해서 황태포 좀 사오라고 전해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을 듣고 전화해본다. 차례상에 절을 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뒤에 서 있다. 가족들과 함께 제사를 지낸다. 차례상을 치우고 있는데 구씨에게 오라고 연락해보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연락한다. 가족들이 상에 둘러앉아 제삿밥을 먹는다. 밥을 먹는 중 아까 낮에 창희가 롤스로이스를 모는 걸 목격한 아버지는 그 차에 대해 창희를 추궁한다. 결국 창희는 구씨의 차를 빌린 거라고 사실대로 털어놓는다. 어머니, 아버지는 당황하고, 미정은 가만히 있는다. 기정을 듣고 있다가 "미정이 얘 노난 거예요, 아빠. 대박 잡았어."라고 거든다. 아버지는 "남의 차 끌지 마."라고 말하시고, 창희가 "아니, 한집에서 한솥밥 먹는 사람이 타라고 준 차 좀 몰면 안 돼요? 내 평생 저런 차 몰아 볼 리 만무한데 원님 덕에 나발 좀 불면 안 돼요? 어떻게 제가 조금이라도 즐거운 꼴을 못 보세요?"라고 대꾸하자 아버지는 "남의 차를 왜 몰아! 남의 차를, 쯧. 그것도 몇억짜리를."하고 버럭 화를 내신다. 미정은 한숨을 쉬면서 화난 듯한 무표정으로 조용히 듣고 있다. 어머니는 곧 구씨가 온다면서 둘을 말린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구씨가 들어온다. 옆에 앉은 구씨에게 아버지는 술을 따라 주시는데, 밥상의 묘한 분위기를 눈치챈 구씨는 눈치를 보면서 술을 마신다. 미정은 결심한 듯이 젓가락을 탁 내려놓고 다른 넓은 접시를 가져온다. 그리고 그 접시에 전을 챙겨 담고 구씨네 집에 가서 먹으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여기서 먹어!"라고 말하시며 눈빛으로 강하게 말리시고, 미정은 결국 담던 전을 다시 돌려놓는다. 구씨와 함께 호스로 밭에 물을 준다. 이후 집까지 같이 걸어가는데 구씨가 "그만 가 볼까 하고."라고 말한다. 미정은 "어딜?"이라 묻고, 구씨는 "서울에."라 한다. 미정은 "갑자기 왜?"라 다시 묻는데 구씨는 담담하게 "응, 그렇게 됐어."라고 답한다. 미정은 이 말을 듣고 말없이 걷다가 먼저 빠르게 걸어가 집으로 들어가버린다. 어두운 집에 앉아서 조용히 흐르는 눈물을 닦는다. [[파일:나의 해방일지 12회-집에서 우는 미정.jpg]] 구씨네 집에 들어가보니 가재들을 정리하고 있는 구씨가 보인다. 쓰레기 치우는 것을 도와주면서 말한다. ||'''미정''': 가끔 연락할게. 가끔 봐.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구씨''': 뭐 하러? 깔끔하게 살고 싶다. 내가 무슨 일 하면서 어떻게 살았는지 전혀 감 못 잡진 않았을 거고. 이 세계는 이 세계인 거고, 그 세계는 그 세계인 거고. '''미정''': 상관없다고 했잖아 어떻게 살았는지. '''구씨''': 어떻게 살았는지 상관없다고 어떻게 사는지도 상관없겠냐? 난 괜찮거든. 내 인생. 욕하고 싶으면 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해. 화 안 나냐? '''미정''': 나는... '''구씨''': '나는' 뭐? 말해. '''미정''': 나는 화는 안 나. '''구씨''': 그만두고 떠난다는데 화 안 나? '''미정''': 돌아가고 싶다는 거잖아. 가고 싶다는 건데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있어, 더 있다 가라고 할 수도 있어, 서운해. 근데 화는 안 나. 모르지 나중에 화날지도. '''구씨''': 너도 웬만하면 서울 들어가 살아, 응? 평범하게, 사람들 틈에서. '''미정''': 지금도 평범해. 지겹게 평범해. '''구씨''': 평범은! 같은 욕망을 가질 때, 그럴 때 평범하다고 하는 거야. 추앙, 해방 같은 거 말고. 남들 다 갖는 욕망. 니네 오빠 말처럼 끌어야 되는 유모차를 갖고 있는 여자들처럼. '''미정''': 애는 업을거야. 당신을 업고 싶어. 한 살 짜리 당신을 업고 싶어. '''구씨''': 그러니까 이렇게 살지. '''미정''': 나는 이렇게 살거야. 그냥 이렇게 살거야. 전화할 거야. 짜증스럽게 받아도 할 거야. 자주 안 해.|| 구씨는 집 밖으로 나가고, 미정은 덩그러니 서 있다. 구씨가 서울로 떠나고 텅 빈 구씨의 집 창에 기대어 서서 미정은 운다. 구씨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신 후 걸어 주십시오."라는 음성 안내에 눈물을 닦으며 애처롭게 흐느낀다. [[파일:나의 해방일지 12회-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jpg]] 떨어진 낙엽이 보인다. 집으로 가는 길을 걸어가면서 혼잣말을 한다. ||'행복한 척하지 않겠다.' '불행한 척하지 않겠다.' '정직하게 보겠다.' 나를 떠난 모든 남자들이 불행하길 바랐어. 내가 하찮은 인간인 걸 확인한 인간들은 지구상에서 다 사라져 버려야 되는 것처럼 죽어 없어지길 바랐어. 당신이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길 바랄 거야. 숙취로 고생하는 날이 하루도 없길 바랄 거야.|| 미정의 뒤에서 사이렌 소리가 나더니 미정을 지나쳐 간다. 갑자기 장면이 바뀌고, 머리를 단발로 자른 채 코트를 입고 눈이 오는 인도를 혼자 걸어가는 미정이 보인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